우주비행사의 하루는 우리가 지구에서 보내는 일상과는 전혀 다른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무중력 상태에서의 생활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인간의 생리와 감각, 심리까지 새롭게 이해해야 하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특히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근무하는 우주비행사들은 단순한 탐험가가 아닌, 과학자이자 연구원이자 생존 전문가로서 하루를 아주 철저하게 계획된 일정에 따라 살아갑니다. 이 글에서는 ‘우주’, ‘일상’, ‘우주인’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우주비행사들이 어떤 방식으로 하루를 보내며, 어떤 활동을 수행하고, 어떤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지 쉽고 자세하게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주에서의 삶이 영화 속 장면처럼 낭만적이고 신비롭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철저한 훈련과 규율, 반복되는 과학 실험과 체력 관리의 연속입니다. 지금부터 우주비행사의 하루를 따라가 보시면서, 지구와는 또 다른 공간에서의 리얼한 일상을 체험해 보시기 바랍니다.
◈ 우주 : 무중력에서 시작되는 하루
우주에서의 하루는 지구와 마찬가지로 24시간을 기준으로 진행됩니다. 하지만 중요한 차이점은 우주에서는 ‘해가 뜨고 지는 시간’이라는 개념이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국제우주정거장(ISS)은 지구를 약 90분마다 한 바퀴 돌기 때문에 하루 동안 16번의 해돋이와 해넘이를 경험하게 됩니다. 이런 환경에서도 일정한 생활 리듬을 유지하기 위해, 우주비행사들은 지구의 표준시간, 특히 협정 세계시(UTC)를 기준으로 하루 일정을 조정하며 살아갑니다. 우주비행사의 하루는 대부분 오전 6시 무렵 기상으로 시작됩니다. 기상 이후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개인위생입니다. 하지만 여기서도 무중력이라는 특수성이 작용합니다. 물이 떠다니는 환경에서는 일반적인 샤워나 세면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물티슈로 몸을 닦거나, 소량의 정수된 물과 특수한 무자극 비누를 사용해 닦아냅니다. 머리 감기도 샴푸가 아닌 ‘물 없이 사용하는 샴푸’를 사용하며, 양치 역시 물을 삼키는 것이 아니라 뱉지 않고 삼키거나 물티슈로 닦아내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식사도 지구에서처럼 풍성하거나 자유롭지 않습니다. 식사는 대부분 튜브나 진공 포장된 음식을 데워서 섭취합니다. 중력이 없기 때문에 음식이 떠다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접착력이 있는 식판이나 자석이 부착된 식기를 사용하며, 조리보다는 단순한 데우기가 중심입니다. 주로 단백질이 풍부한 식사와 함께 비타민 보충제를 병행하고, 하루 2리터 이상의 물을 마셔야 합니다. 수분 섭취는 근육량과 뼈 건강 유지에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우주비행사는 각자 정해진 임무와 실험 일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생물학, 물리학, 우주 재료 연구, 기후 데이터 측정 등 다양한 실험이 매일 일정 시간에 진행되며, 실험 기록과 데이터는 지구에 있는 본부로 실시간 전송됩니다. 여기에 정거장 내부 정비, 장비 점검, 외부 점검(우주유영)이 포함되며, 이 모든 일정은 분 단위로 스케줄이 짜여 있습니다. 단순히 떠 있는 것 같지만, 그 하루는 매우 바쁘고 촘촘하게 흘러갑니다.
◈ 일상 : 훈련된 루틴으로 유지하는 삶
우주에서의 일상은 지구보다 훨씬 체계적이고 규칙적입니다. 무중력 상태는 인간의 신체에 다양한 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에, 일정한 루틴 없이는 신체 기능이 급격히 저하될 수 있습니다. 특히 근육 위축과 골밀도 감소는 매우 심각한 문제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 우주비행사들은 매일 일정 시간 이상 규칙적으로 운동을 해야 합니다. 하루 평균 두 시간의 운동은 필수입니다. 러닝머신은 몸을 벨트로 고정한 채 달려야 하며, 자전거 페달도 발을 고정한 상태에서 돌려야 합니다. 저항 운동을 위해서는 진공 기반의 웨이트 머신을 활용하며, 이 모든 운동 기구는 우주 환경에 맞게 특수 설계되어 있습니다. 운동은 단순히 건강 유지 목적뿐 아니라, 지구 복귀 후 빠른 회복을 위한 중요한 준비 과정이기도 합니다. 업무 외의 시간에는 독서, 영화 시청, 지구 가족과의 통신 등 여가 시간이 제공됩니다. 인터넷은 제한적이지만 이메일, 영상통화는 가능하며, 지구의 소식을 주기적으로 전달받기도 합니다. 이 시간은 정신적인 안정을 위해 매우 중요하게 여겨지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정서적인 균형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우주비행사들은 실제로 우주에서 우울감을 겪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NASA나 기타 우주기관에서는 심리상담을 정기적으로 병행하고 있습니다. 수면 또한 특별히 관리됩니다. 무중력 환경에서는 몸이 떠다니기 때문에, 우주비행사들은 수면 주머니(sleeping bag)를 벽이나 침실 캡슐에 고정한 채로 잠을 잡니다. 일정한 수면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조도를 조절하고, 소음을 최소화한 공간이 마련됩니다. 수면 부족은 집중력 저하와 판단력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우주에서는 수면 역시 중요한 일정 중 하나입니다. 이러한 규칙적인 루틴 덕분에 우주에서도 인간은 지구와 유사한 일상 리듬을 만들어내며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 속에서 매일 반복되는 실험과 점검, 운동과 식사, 그리고 짧지만 소중한 여가 시간까지 우주비행사의 하루는 과학과 인간의 조화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 우주인 : 인간다움을 유지하는 방법
우주비행사는 단지 과학자나 조종사가 아닌 ‘지구를 대표하는 사람’이라는 상징성을 갖습니다. 이들은 물리적 환경뿐 아니라, 정신적·감정적으로도 많은 도전에 직면하게 됩니다. 하루 24시간 중 대부분을 금속 구조물 안에서 보내고, 가족과는 수개월 동안 떨어져 지내야 하는 현실은 그 자체로 큰 외로움과 고립감을 가져다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인간다움’을 유지하는 것은 우주비행사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입니다. 자신만의 리듬을 만들고, 정서적 균형을 지키며, 서로 다른 국적과 문화를 지닌 동료들과 협업하는 과정이 바로 그들이 우주에서 배우는 또 하나의 삶의 기술입니다. 국제우주정거장은 다국적 인원이 함께 생활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언어와 문화적 차이로 인한 갈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우주비행사들은 지상 훈련 기간 동안 다양한 문화 교육과 팀워크 훈련을 병행합니다. 한편, 우주비행사는 지속적으로 자신의 상태를 기록하고 보고하는 것도 임무의 일환입니다. 매일 건강 상태, 감정 변화, 수면의 질 등을 자체 평가하고 이를 기록하여 지구의 의학팀에 전달합니다. 이러한 데이터는 향후 우주 임무에 매우 중요한 참고 자료로 활용되며, 특히 장기 체류 시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또한 우주에서는 종교적 활동이나 개인적인 의식을 유지하는 것도 존중받습니다. 어떤 비행사는 지구의 가족들과 기념일을 함께하기 위해 지구 시간에 맞춰 특별한 식사를 준비하거나, 각자 가지고 온 개인 물품을 통해 심리적인 안정감을 유지하기도 합니다. 이는 단순한 감성의 문제가 아니라, 장기간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정신적 준비의 일환으로 여겨집니다. 결국 우주비행사의 하루는 단순한 과학의 연속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지켜가는 싸움이기도 합니다. 과학과 기술의 세계 속에서도 따뜻한 인간다움은 여전히 중심이 되고 있으며, 이는 우주라는 가장 극한의 환경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우주비행사의 하루는 정교하게 설계된 루틴과 과학의 조화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들은 단순히 우주를 탐험하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이 우주 속에서도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지를 실험하고 증명하는 살아있는 연구자들입니다. 무중력 속에서도 정확하게 계획된 일상은 신체의 건강을 유지하고, 실험의 정확도를 높이며, 무엇보다 정신적 안정감을 제공합니다. 우리는 종종 우주인을 먼 존재로 느끼지만, 그들의 하루 속에도 식사와 수면, 고민과 감정이 있습니다. 지구에서의 하루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훨씬 더 철저하고 고요하게 흐르는 하루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인류가 우주로 나아갈 시대가 올수록, 이런 일상적 이해는 점점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제가 우주비행사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어릴 적 읽었던 한 권의 어린이용 과학 만화책 때문이었습니다. 만화 속 주인공이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식사하고 운동하며 지구 가족과 영상통화를 하는 장면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이후 다큐멘터리에서 실제 우주인의 일상을 본 순간, 영화처럼 화려한 모습이 아닌 반복되는 일상과 훈련, 그리고 고요한 분위기에 더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특히 무중력 환경에서 공중에 떠 있는 수면 주머니 안에서 잠을 청하는 장면은 제가 지금까지 상상해 왔던 우주와는 전혀 다른, 현실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최근에는 우주과학 관련 유튜브 채널을 통해 ISS 내부에서 우주인이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어, 어린 시절의 그 호기심이 다시 살아났습니다. 언젠가 실제 우주인의 강연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우주에서는 어떻게 마음의 균형을 잡으시나요?’라는 질문을 꼭 해보고 싶습니다. 인간이 가장 비인간적인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야말로, 진짜 ‘우주 과학’의 본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