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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비행 중 시차 문제 (우주, 생체시계, 기술과 전략)

by somang9007 2025. 7. 15.

우주는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낯선 환경 중 하나입니다. 무중력, 고립, 극단적인 온도, 한정된 공간 등 다양한 요소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의외로 많은 우주비행사들이 고통을 호소하는 것이 바로 ‘시차 문제’입니다. 우주에서는 해가 수십 번 뜨고 지며, 우리가 익숙하게 지내던 낮과 밤의 개념이 완전히 무너집니다. 이로 인해 생체시계가 혼란에 빠지고, 집중력 저하, 불면증, 면역력 약화 등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우주비행 중 시차 문제의 원인, 생체시계의 작동 원리,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실제 대응 방법과 경험담을 바탕으로 자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

우주비행 중 시차 문제
우주비행 중 시차 문제


◈ 우주 : 하루가 16번 반복되는 환경

국제우주정거장(ISS)은 지구 궤도를 약 90분마다 한 바퀴씩 돌고 있습니다. 이 말은 곧, 우주비행사는 지구의 하루(24시간) 동안 16번의 ‘해돋이’와 ‘해넘이’를 경험한다는 뜻입니다. 즉, 1시간 반마다 한 번씩 아침과 밤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지구에서 생활할 때는 자연스럽게 아침 햇살에 일어나고, 해가 지면 몸도 쉬어야겠다는 신호를 보내지만, 우주에서는 그런 자연 신호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창문 밖을 볼 때마다 햇빛이 반짝였다가 순식간에 어둠으로 바뀌는 환경은 우리의 생체리듬에 심각한 혼란을 줄 수 있습니다.

우주비행사들은 이러한 환경에서도 임무 수행, 운동, 식사, 수면 등 모든 일정을 지켜야 합니다. NASA와 같은 기관에서는 지구의 UTC(협정 세계시)를 기준으로 스케줄을 관리하지만, 시각적으로 해가 수시로 바뀌는 상황에서 뇌는 이를 혼동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우주에서의 시차 문제는 단순한 ‘밤낮 착각’이 아니라, 인체의 생리 리듬 자체가 무너지는 복잡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처음 우주에 적응하는 첫 일주일은 집중력 저하, 속 쓰림, 두통, 피로감이 심하게 나타날 수 있으며, 이는 장기 임무일수록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우주 환경에서 생체리듬이 혼란스러워지는 이유는 시각적 변화 외에도 중력의 부재, 생활공간의 한정성, 사회적 상호작용의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단순한 시간 조절로 해결되지 않으며, 보다 정교한 대처 전략이 필요합니다.

◈ 생체시계 : 몸 안의 24시간 리듬

인간의 몸은 24시간 주기로 돌아가는 ‘생체시계(서카디안 리듬)’에 맞춰 작동합니다. 이 생체시계는 뇌의 시신경 바로 뒤쪽에 위치한 시교차상핵(SCN)이라는 부위에서 조절되며, 주로 햇빛과 어둠의 주기를 인식해 호르몬 분비, 체온, 혈압, 수면 패턴 등을 조절합니다.

낮에는 햇빛을 받아 멜라토닌 분비가 억제되고, 몸은 깨어 있는 상태를 유지합니다. 반면, 해가 지고 어두워지면 멜라토닌 분비가 증가하며 졸림을 유도하고 휴식 모드로 전환됩니다. 이는 매우 정교하게 작동하는 자연스러운 생체 시스템입니다.

하지만 우주에서는 이 생체시계를 동기화시킬 ‘자연광’이 존재하지 않거나, 1시간 반마다 반복되어 몸이 혼란을 겪게 됩니다. 실제로 ISS에서는 조명을 통해 주간-야간 주기를 인공적으로 만들어내지만, 뇌는 인공조명과 자연광을 완전히 동일하게 인식하지 못합니다.

그 결과, 생체시계가 점차 ‘비정상적인 주기’로 움직이게 되고, 다음과 같은 현상이 나타납니다:

  • 불면 또는 깊지 않은 수면
  • 이른 새벽에 깨어나버리는 조기각성
  • 낮 시간에도 졸음 유발
  • 소화불량 및 식욕 저하
  • 면역력 저하와 집중력 감소

더 심한 경우 ‘우울감’이나 ‘의욕 상실’과 같은 심리적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장기 임무에서는 생체시계가 완전히 뒤바뀌면서 임무 수행 자체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우주기관들은 다음과 같은 방법을 활용합니다:

  •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철저하게 수면, 식사, 운동을 실행
  • 특수 LED 조명을 통해 낮/밤을 인공적으로 구현
  • 시차적응 훈련을 지상에서 미리 시행
  • 멜라토닌 등 보조제를 활용한 수면 유도

이러한 방법이 일정 효과를 보이긴 하지만,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완전한 해결은 어렵습니다. 결국은 개인의 생체 리듬에 맞춰 조정하는 시간이 필요하며, 이에 대한 연구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 기술과 전략 : 시차 극복을 위한 대응

우주비행사들이 시차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사용하는 기술과 전략은 다양합니다. 기본은 철저한 시간 관리입니다. NASA와 ESA 등은 우주비행 임무 시작 전부터 비행사의 ‘내부 시계’를 조정하는 훈련을 반복합니다.

예를 들어 우주 출발 2주 전부터는 일어나는 시간, 식사, 조명 노출 시간을 정밀하게 설계하여 생체시계를 점진적으로 바꾸기 시작합니다. 이를 통해 우주에 도착했을 때 갑작스러운 혼란을 줄이려는 전략입니다.

우주정거장 내부에는 ‘청색광 기반 조명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청색광은 우리 뇌가 ‘낮’이라고 인식하게 만드는 빛이기 때문에, 이를 활용해 활동 시간대와 휴식 시간대를 구분합니다. 실제로 조명 색상을 시간대별로 변경하여 생체리듬을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또한, 스마트워치 형태의 바이오 모니터링 장비를 통해 우주비행사의 수면 품질, 심박수, 체온, 스트레스 지수를 실시간으로 체크하며, 필요시 시차 조절 보조제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가장 일반적인 보조제는 ‘멜라토닌’으로, 수면 유도와 생체시계 재조정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외에도 정신적 피로를 줄이기 위한 전략으로는:

  • 가족과의 영상 통화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
  • 자기만의 루틴(독서, 음악 듣기 등) 설정
  • 정해진 시간에만 외부 창문을 통해 외부 관찰

이러한 전략들이 모두 결합되어야 비로소 ‘우주 속 시간 혼란’을 조금이나마 완화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 체류 시 생체리듬은 완벽하게 유지되기 어렵기 때문에, 우주 생명유지 시스템은 점점 더 ‘심리적 안정’과 ‘시간감각 유지’에 초점을 맞춰 발전하고 있습니다.


저는 한국 우주청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NASA 교육 파견을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당시 훈련의 일환으로 ‘모의 우주 임무 체험’을 했고, 3일간 외부와 단절된 환경 속에서 지구 궤도 시차를 시뮬레이션하는 훈련을 받았습니다.

훈련 첫날에는 괜찮았습니다. UTC 기준으로 생활하고, 정해진 시간표대로 움직이니 별 무리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날부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정확히 90분마다 전등 조명이 낮과 밤처럼 바뀌고, 수면 시간에 맞춰 조도가 조절되었지만, 제 몸은 점점 피로해졌습니다.

세 번째 날에는 새벽에도 눈이 말똥말똥 떠 있었고, 낮에는 집중력이 떨어져 간단한 계산도 틀리기 일쑤였습니다. 특히 배고프지도 않은데 식사 시간이 오고, 졸린데 활동 시간이라는 점이 뇌를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습니다.

훈련 중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은 ‘음악’과 ‘일기 쓰기’였습니다. 저만의 리듬을 만들기 위한 방법이었죠. 생체리듬은 결국 ‘심리적 안정’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는 걸 그때 체감했습니다.

이후 훈련 보고서에는 시차 혼란이 단순한 피곤함이 아니라, 판단력과 의사결정 능력까지 영향을 준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실제 우주비행사들이 얼마나 큰 정신적, 생리적 적응을 감수하고 있는지 깊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주비행 중 시차 문제는 단순한 생활 불편이 아니라, 생리적 혼란과 생명 유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대한 문제입니다. 해가 90분마다 뜨고 지는 환경, 중력 없는 공간, 인공적인 조명 속에서 인간의 생체시계는 혼란에 빠지기 쉽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주기관들은 정밀한 시간관리, 인공광 조절, 생체 센서 기술, 멜라토닌 사용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고 있으며, 우주비행사들 역시 자신의 루틴을 통해 리듬을 조절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결국 우주에서의 시간은 절대적인 것이 아닌, 인간이 ‘의식적으로 조율해 나가야 할 감각’입니다. 앞으로 우주여행이 일반화되면, 시차 적응 문제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우주 속 생체시계, 그것은 기술만으로 조정되지 않습니다. 인간의 적응력, 습관, 그리고 정신적 안정까지 모두 포함되어야 비로소 조화롭게 작동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