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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인은 어떻게 씻을까? (위생, 물, 무중력)

by somang9007 2025. 7. 9.

우리가 매일 당연하게 생각하는 ‘씻기’라는 행동은 지구의 중력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하지만 중력이 거의 없는 우주에서는 물도 공중에 떠 있고, 세면대도, 욕실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우주에서 생활하는 우주인들은 과연 어떻게 씻을까요? 땀은 어떻게 닦고, 머리는 어떻게 감으며, 양치나 화장실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까요? 이번 글에서는 무중력 환경 속에서 우주인들이 청결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다양한 방법들과 장비, 그리고 그 배경에 담긴 과학적인 원리를 쉬운 언어로 설명드리겠습니다. 일반인들이 경험할 수 없는 희소한 생활 방식이기에 더욱 흥미로운 주제가 될 것입니다.

우주인은 어떻게 씻을까
우주인은 어떻게 씻을까

◈ 위생 : 우주에서도 청결은 기본

지구에서는 매일 샤워하고 손을 씻으며 위생을 관리하는 것이 당연한 일처럼 여겨집니다. 하지만 우주에서는 상황이 완전히 다릅니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물’이 흘러내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무중력 상태에서는 물이 공기 중에 둥둥 떠다니기 때문에 일반적인 방식으로는 씻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우주에서는 새로운 방식의 위생 개념이 필요해졌습니다. 우주인들이 가장 먼저 신경 써야 하는 것은 땀입니다. 사람은 아무리 움직임이 적어도 자연스럽게 땀을 흘리며 노폐물을 배출하게 됩니다. 하지만 우주에서는 이 땀이 중력에 의해 흘러내리지 않고, 피부 위에 그대로 머물러 있습니다. 그대로 방치하면 끈적거리거나 세균이 번식할 수 있기 때문에 자주 닦아줘야 합니다. 그래서 우주인들은 매일 일정 시간 ‘습식 타월’로 전신을 닦는 습관을 들이고 있습니다. 이 타월은 일반 물티슈와는 다르게, 항균 기능이 들어 있고 물이 너무 많이 들어 있지 않아 공기 중에 물방울이 떠다니는 것을 막아줍니다. 이런 타월은 NASA에서 특별히 개발된 것으로, 피부에 남는 찌꺼기나 이물질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습니다. 사용 후에는 밀봉된 쓰레기통에 넣어 보관되며, 일정량이 모이면 지구로 반송하거나 소각 처리됩니다. 또한 손 위생도 매우 중요합니다. 우주에서는 감기 한 번 걸리는 것조차 큰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우주인들은 수시로 손을 닦고, 손 소독제를 사용합니다. 실제로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는 알코올 성분의 손세정제를 개인별로 지급하고 있으며, 각 식사 전후, 작업 전후로 사용이 권장되고 있습니다. 이런 철저한 위생 관리 덕분에 우주에서는 감염병이 거의 발생하지 않습니다. 이처럼 우주에서는 ‘씻는 행위’보다 ‘닦는 행위’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환경이 다른 만큼, 위생을 유지하기 위한 방식도 전혀 다른 기준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모든 활동은 제한된 공간과 자원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효율적이면서도 청결함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 물 : 귀하고 조심스러운 자원

우주에서 가장 귀한 자원 중 하나는 단연 ‘물’입니다. 물은 단순히 마시는 용도뿐 아니라 씻기, 청소, 실험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기 때문에 우주선 내에서는 물 사용량이 매우 철저히 통제됩니다. 더구나 우주에서는 새로운 물을 공급받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최대한 절약하고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물을 운용해야 합니다. 국제우주정거장에서는 물을 아껴 쓰기 위해 특수한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물 재활용 시스템’입니다. 이 시스템은 우주인이 배출한 소변, 숨 쉴 때 나오는 수분, 피부에서 증발한 수분 등을 수집하여 다시 정수한 뒤 식수나 생활용 수로 재사용합니다. 실제로 우주인들이 농담 삼아 “어제 마신 물이 오늘 양치할 물”이라고 말할 정도로 철저한 순환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우주에서는 물을 부을 수 없습니다. 컵에 물을 따르면 흘러내리는 것이 아니라 둥근 물방울 형태로 공중에 떠오릅니다. 이런 상태의 물은 흡입하거나 장비에 들어가면 고장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아주 조심스럽게 다뤄야 합니다. 그래서 물을 사용할 때는 보통 튜브에 담긴 상태로 꺼내어 타월에 소량씩 짜내거나, 특별한 팁이 달린 병을 이용해 직접 필요한 만큼만 뽑아 사용합니다. 머리를 감을 때도 물을 충분히 사용할 수 없습니다. 우주인들은 물을 뿌리는 대신, 물이 함유된 무세정 샴푸를 사용합니다. 이 샴푸는 뿌리면 머리카락에 자연스럽게 흡수되며, 손으로 비빈 후 마른 타월로 닦아내면 됩니다. 헹궈내는 과정이 없기 때문에 물 사용량을 거의 제로에 가깝게 줄일 수 있고, 무중력 상태에서도 쉽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양치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구에서는 입을 헹구고 뱉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우주에서는 뱉은 물이 둥둥 떠다니며 기계 고장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삼켜야 하거나, 타월로 닦아내야 합니다. 우주인들은 대부분 삼킬 수 있는 성분의 치약을 사용하며, 양치 후에는 타월로 입 안의 거품을 닦아내는 방식으로 구강 위생을 유지합니다. 이처럼 물은 우주에서 매우 귀한 자원이기 때문에 ‘쓰는 것’이 아니라 ‘관리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물의 움직임조차 예측 불가능한 공간에서는, 조심스럽고 계획적인 사용만이 가능한 조건입니다.

◈ 무중력 : 새로운 씻기 방식의 핵심

우주에서의 생활에서 가장 큰 차이는 바로 ‘무중력 환경’입니다. 지구에서는 모든 것이 중력에 따라 아래로 떨어지기 때문에 씻을 때도 물이 아래로 흐르고, 거품도 쉽게 씻겨 내려갑니다. 하지만 우주에서는 중력이 거의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물방울은 공중에 둥글게 뭉쳐 떠다니고, 거품도 그대로 머물게 됩니다. 이런 무중력 상황에서 씻는다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어렵고 복잡한 일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문제는 ‘물과 세정제가 흘러내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물을 짜내면 떨어지지 않고 손에 뭉쳐 있고, 머리에 바르면 그대로 붙어있습니다. 그래서 샴푸나 클렌징 제품도 일반 제품과는 다르게 ‘닦는 것’에 최적화되어 개발되었습니다. 우주에서는 일반적으로 ‘무세정 제품’을 사용합니다. 대표적으로 물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샴푸, 클렌징 티슈, 거품 클렌저 등이 있으며, 이 제품들은 물이 없어도 사용 후 타월로 닦아내면 찌꺼기가 남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사용 후에는 반드시 쓰레기봉투에 밀봉하여 보관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폐기 또는 지구로 회수합니다. 또한 우주복을 입은 상태에서는 오랜 시간 외부 활동이 필요하기 때문에 땀과 노폐물이 쉽게 쌓입니다. 하지만 그 상태에서는 씻을 수 없기 때문에, 우주복을 벗은 후 내부 정전기 제거와 함께 스펀지로 땀을 닦아내는 절차를 진행합니다. 이때도 물방울이 떠다니는 걸 막기 위해 항균처리된 스펀지와 흡수력이 높은 타월이 사용됩니다. 샤워 시설은 존재하지 않지만, ‘간이 세면 시스템’이 있습니다. 거울, 타월, 티슈, 물병 등이 고정된 벽면 세면대에서 간단한 세안을 할 수 있으며, 물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각 장비는 모두 특수 제작되어 있습니다. 모든 세정 활동은 지구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지며, 공간의 제약과 물리 법칙의 차이를 고려한 설계가 필수입니다. 무중력 속에서는 작고 간단한 움직임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씻는다’는 일상적인 행위조차도 많은 생각과 절차를 필요로 합니다. 우주에서의 생활은 단순히 첨단 과학의 연속이 아니라, 사소한 동작 하나하나에 정교한 기술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 결론 : 우주는 씻는 것도 과학입니다

우주에서는 단순한 세면도, 위생도 기술의 문제입니다. 우리가 매일 아무렇지 않게 해 오던 씻는 행동이 중력이 사라진 환경에서는 철저한 계획과 조심성이 필요한 과제가 됩니다. 물 한 방울이 귀중한 환경 속에서, 우주인들은 과학과 기술을 활용하여 최대한 청결을 유지하며 생존합니다. 우주에서의 위생 관리는 단순히 몸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을 넘어, 전체 임무 수행의 안전성과도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세균이 번식하거나 두피에 땀이 고이면 감염 위험이 높아지고, 이는 곧 우주선 전체의 위기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위생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공동체 생존의 문제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주에서의 씻기는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과학입니다. 물 사용법, 클렌징 방식, 세균 관리까지 모든 것이 정교하게 조율된 시스템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청결은 곧 생명 유지’라는 우주인의 철학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저는 몇 년 전 국립과학관에서 열린 ‘우주 체험 캠프’에 참가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곳에서는 모의 우주선에서 생활하는 프로그램이 있었고, 우주인이 실제 사용하는 위생 시스템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물 없는 샴푸’였습니다. 처음에는 이상했지만, 뿌리는 순간 향은 좋았고 손으로 머리를 비비기만 해도 거품이 생겼습니다. 헹구지 않고 타월로 닦으니 신기하게도 머리 냄새도 줄고 산뜻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뒤엔 입 안에 삼켜도 되는 치약으로 양치를 했고, 뱉는 대신 타월로 닦아내는 방식도 체험했습니다. 처음엔 불편했지만, 체험이 끝날 무렵엔 우주인의 생활 방식이 얼마나 논리적이고 과학적인지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매일 사용하는 물과 욕실이 얼마나 소중한 공간인지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이 짧은 체험을 통해 ‘씻는다는 것’이 단순한 일이 아니라 얼마나 복합적인 과정인지, 우주에서는 작은 행위 하나에도 기술과 철학이 녹아 있다는 걸 배웠습니다. 실제 우주인이 된다면, 물 한 방울도 감사히 쓰게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