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오랜 세월 동안 “우주에 우리만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져왔습니다. 이러한 질문은 수천 년 전부터 철학적 탐구로 이어졌고, 20세기 후반부터는 본격적인 과학적 접근으로 전환되었습니다. 특히 1990년대 후반 이후 외계행성(Exoplanet)이 본격적으로 탐색되기 시작하면서, 지구와 유사한 조건을 갖춘 외계행성의 존재 가능성은 더 이상 공상과학의 영역이 아닌 현실 과학의 주요 주제가 되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수천 개의 외계행성을 확인했으며, 그중에서도 ‘지구와 닮은 외계행성’들은 생명체 존재 가능성과 미래 우주 이주지로서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지구와 가장 유사하다고 평가되는 대표 외계행성들을 소개하고, 이들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케플러-452b: 지구의 쌍둥이 혹은 진화된 지구?
케플러-452b는 2015년 NASA에 의해 공식 발표된 외계행성으로, 케플러 우주망원경을 통해 발견되었습니다. 이 행성은 지구에서 약 1,400광년 떨어진 헤라클레스자리 방향에 위치하고 있으며, G형 항성인 케플러-452 주위를 도는 공전 주기는 약 385일입니다. 이는 지구의 1년과 매우 유사한 주기로, 지구형 궤도와 유사한 환경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케플러-452b는 지구보다 반지름이 약 60% 크고, 질량은 약 5배 정도로 추정됩니다. 암석형 행성일 가능성이 높으며, 이 행성이 위치한 생명체 거주 가능 구역은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어 ‘제2의 지구’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이 행성이 지구보다 약 15억 년 정도 더 오래되었다는 점입니다. 이로 인해 일부 과학자들은 “진화된 지구(Earth 2.0)”라고 표현하며, 혹시 과거에 지구와 비슷한 생명 진화 경로를 경험했을 가능성에 대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케플러-452b의 대기 구성, 자전 속도, 자기장 유무 등 핵심적인 요소는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행성은 지구와 매우 유사한 공전 조건과 항성 유형을 갖추고 있어 차세대 우주망원경으로 후속 탐사가 필요한 대표적인 대상입니다.
트라피스트-1 행성계: 외계 생명체 존재 가능성의 집합체
트라피스트-1(TRAPPIST-1)은 2017년 NASA와 유럽 우주 연구기관의 협력으로 발표된 행성계로, 지구로부터 약 40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적색왜성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무려 7개의 지구 크기 행성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 중 최소 3개(TRAPPIST-1d, 1e, 1f)는 생명체 거주 가능 구역 내에 위치해 있어, 액체 물의 존재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평가됩니다. 이 행성들은 모두 지구와 유사한 크기와 밀도를 가지고 있으며, 공전 궤도가 짧아 하루에서 일주일 사이에 별을 한 바퀴 도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는 중심별인 TRAPPIST-1이 태양보다 훨씬 작고 차갑기 때문에 가능한 일로, 거리가 가깝지만 표면 온도는 생명체 거주 가능 수준으로 유지됩니다. 트라피스트-1 시스템은 단순히 개별 행성이 아니라, 하나의 행성계 전체가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품고 있어 천문학계의 지대한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은 이 행성들의 대기 조성을 분석하는 데에 사용되고 있으며, 이산화탄소, 메탄, 수증기 등의 존재 여부를 조사 중입니다. 특히 1e와 1f는 지구와 거의 동일한 질량과 밀도를 가지며, 암석형 행성일 가능성이 높아 “이민 행성 후보”로도 언급됩니다. 만약 이들 행성에서 생명에 필수적인 대기 성분이 발견된다면, 이는 인류가 외계 생명체를 직접적으로 접하게 되는 역사적인 순간이 될 것입니다.
프로시마 b: 가장 가까운 이웃에서의 가능성
프로시마 b는 지구에서 약 4.24광년 떨어진 가장 가까운 항성계인 센타우루스자리 알파(Proxima Centauri)의 행성으로, 2016년 발견 이후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행성은 질량이 지구의 약 1.3배, 반지름은 거의 동일하며, 중심별로부터 약 0.05AU 떨어진 궤도를 돌고 있습니다. 이는 지구와 비교하면 태양으로부터 매우 가까운 거리지만, 중심별이 적색왜성이기 때문에 표면 온도는 적정 수준으로 유지될 수 있습니다. 프로시마 b가 중요한 이유는 실제로 탐사가 가능한 거리에 있기 때문입니다. 빛의 속도로도 4년 이상이 걸리긴 하지만, 이 정도 거리라면 인류가 향후 수세기 내에 초소형 탐사선 또는 무인 로봇을 보낼 수 있는 기술적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이에 따라 ‘브레이크스루 스타샷(Breakthrough Starshot)’ 프로젝트는 레이저 기반 초소형 우주선을 통해 프로시마 b에 탐사선을 보내는 계획을 수립하였습니다. 다만 프로시마 센터 우리는 플레어 활동이 매우 활발한 별로, 강력한 자외선 및 방사선 폭풍이 자주 발생합니다. 이는 대기 유지를 어렵게 하고, 생명체 존재 가능성에 불확실성을 더합니다. 그러나 일부 과학자들은 행성의 자기장 또는 대기의 밀도가 충분하다면 이러한 방사선을 차단하고 생명체 환경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프로시마 b는 이처럼 인류가 실질적인 외계 탐사를 시작할 수 있는 출발점으로서, 과학적, 기술적 도전 과제를 모두 안고 있는 행성입니다.
루이텐 b, 글리제 667Cc 등 기타 유망 후보들
케플러-452b, 트라피스트-1, 프로시마 b 외에도 다수의 지구형 외계행성들이 현재까지 발견되었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루이텐 b(Luyten b)와 글리제 667Cc(Gliese 667Cc)입니다. 루이텐 b는 지구에서 약 12.2광년 떨어져 있는 루이텐의 별(GJ 273)을 공전하는 암석형 행성으로, 지구보다 약 2.9배 무겁습니다. 이 행성은 생명체 거주 가능 구역에 위치해 있으며, 액체 상태의 물 존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무선 신호를 통해 이 행성에 메시지를 보내는 METI(Message to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프로젝트가 수행된 바 있어, 인류 최초의 직접적 외계 소통 시도로 기록되었습니다. 글리제 667Cc는 지구에서 약 23광년 떨어진 삼중성계에서 발견된 행성으로, 지구보다 약 4.5배 무겁습니다. 이 행성 역시 생명체 거주 가능 구역에 위치해 있으며, 태양의 31% 밝기를 가진 중심별 덕분에 적정 온도가 유지될 수 있습니다. 글리제 667Cc는 특히 자기장 유무와 대기 조성 여부에 대한 후속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며, 암석형 구조와 대기의 존재 가능성으로 인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외계행성들은 크기, 밀도, 온도, 항성 종류 등 여러 지표에서 지구와 유사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하나하나가 외계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단서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외계행성 연구는 단순한 천문학적 호기심을 넘어서 인류의 미래 생존과 직결되는 중요한 분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케플러-452b, 트라피스트-1 시스템, 프로시마 b, 루이텐 b, 글리제 667Cc 등은 지구 외 생명체 존재 가능성과 더불어, 장기적으로 인간이 이주할 수 있는 제2의 지구 후보로서 연구되고 있습니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대기 분석, 자기장 탐지, 표면 온도 측정 등이 정밀화되고 있으며, 머지않아 외계행성의 실제 사진이나 생명체 흔적이 발견되는 역사적인 순간이 올 수도 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은 인류가 단지 지구에만 머무르지 않고 우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며, 우리의 존재와 기원을 탐색하는 의미 있는 여정이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과 연구가 필요하며, 외계행성 탐사는 인류의 지식과 상상력을 한층 더 확장시켜 줄 것입니다.